AI 음성으로 듣기 - ElevenLabs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에 새롭게 ‘공간_사이’라는 전시실을 열었습니다. 이 전시실은 국립중앙박물관 3층에 있는 조각공예관 청자실과 금속공예실 사이, 말 그대로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요. 한국의 범종 소리를 테마로 두고, 소리와 진동, 빛과 촉감으로 구성된 감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다감각 체험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일명 ‘에밀레종’이라는 슬픈 별명으로도 알려진 성덕대왕 신종을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심지어 냄새까지 맡아볼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관람객은 감미로운 음성 해설로, 청각장애인 관람객은 수어 통역사님의 모션 캡처를 통해 제작된 아바타 수어 통역으로 성덕대왕 신종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답게 휠체어나 유아차 접근 역시 당연히 고려되어 있습니다.
청음 의자에 앉아 진동을 느끼고, 저주파를 구현하는 사운드를 듣고, 4미터 높이의 미디어아트 앞에 서 있노라면, ‘소리’라는 추상적인 현상이 오감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지는 묘한 감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 경험은 그저 관람이라기보다는 ‘만남’에 가깝습니다. 그동안 교과서에서 추상적으로만 배웠던 범종의 소리가 얼마나 깊고 풍부한지 피부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저는 영광스럽게도 이 전시실의 기획 단계에서 자문에 참여했고, 개관 전날 직접 방문해 제안했던 아이디어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확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마주한 전시실의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공간_사이’는 2023년에 시각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 오감’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예약이나 계획 없이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포용적이고 열린 시도입니다. 특히 이 전시실을 기획하신 학예연구사님께서 “누구라도 잠시 앉아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한마디에서 ‘공간_사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곳을 단순한 쉼의 공간도, 단순한 정보 전달의 공간도 아닌, 소리라는 익숙한 감각을 낯설게 체험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공간으로 느꼈습니다. 교육자로서, 부모로서, 장애 당사자로서 이 공간이 품고 있는 감각과 사유의 깊이에 마음이 닿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가족과 함께 주말에 조용히 다녀오셔도 좋고, 🧑👩👧👦
학교 현장학습 장소로도 충분한 교육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무언가를 소리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진동과 영상과 함께 느끼고 해석하고 여운을 남기는 공간. 그 자체로 하나의 교육이고, 하나의 예술적 접근이라 생각합니다.
조합원 여러분께 ‘공간_사이’에서의 시간을 권합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가든, 혼자 가든, 그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관련 기사: 보고, 듣고, 만지고…한국의범종 소리, 색다르게 느껴볼까 - 연합뉴스
👉 관련 전시: 공간 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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