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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2025년 8월 27일에 개최된 「장애인당사자 중심: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모니터링을 위한 한국-뉴질랜드 국제세미나」에서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장교조)이 발표한 원고입니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장교조)의 설립과 발전 – UN CRPD 제27조를 중심으로
서론
대한민국의 장애인교원 정책은 지난 20여 년간 큰 변화를 겪었다.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으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되었지만 교원직은 한동안 의무고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2005년 관련 법 개정으로 이러한 적용 제외가 폐지되어 2007년부터 교원 임용시험에서 장애인 구분모집(장애인 대상 별도 전형)이 시작되었다. 이는 전체 신규 교원의 일정 비율(약 5%)을 장애인으로 충원하도록 한 것으로, 이때부터 일반 학교에도 장애인교원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2006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의 채택과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정 등 국제·국내적 장애인권 환경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장애인교원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이 현장에서 겪는 차별과 불편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2010년대 후반 시각장애인·청각장애인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비공식 모임이 활발해졌고, 2018년경 장애인교원들은 각자 학교에서 겪은 문제를 공식적으로 풀기 위해 노동조합 결성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마침 당시 한국 사회는 새 정부 출범으로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고, 교원들도 다양한 노조를 설립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9년 7월 6일 45명의 예비 조합원이 모여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약칭 장교조, Korea Hamkke Union of Disabled Teachers)을 창립하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장애인교원만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으로 기록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전체 교원 중 약 1.5%에 해당하는 4,584명(2024년 7월 기준)이 장애인이고, 장교조 조합원 수는 2025년 8월 기준 206명에 이르러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장교조의 설립과 주요 활동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장애인교원 정책의 진보를 다음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첫째, 노동조합으로서 장교조의 출범과 성장 과정, 교육부와의 최초 단체협약 체결 및 지속가능성 확보 노력을 조명한다. 둘째, 장애인교원 고용정책 변화에 장교조가 어떻게 능동적으로 개입하여 제도 개선을 이끌었는지 살펴본다. 셋째, 장애인차별금지법 하에서 이뤄진 권리구제 사례와 차별 시정 활동의 의미를 다룬다. 넷째, 이러한 노력들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7조에서 도출할 수 있는 네 가지 핵심 원칙(포용적 노동시장, 정당한 편의 제공, 노동조합권, 고용 증진과 사회적 인식 변화)과 연계하여 평가한다. 이를 통해 국제 독자가 한국의 사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맥락도 함께 설명한다.
제1부: 장교조의 설립과 성장, 단체협약 체결 및 지속가능성 확보
1. 장교조의 출범
2019년 7월 6일 장교조는 시각·청각·지체·뇌병변장애 교사를 포함한 45명의 창립 조합원으로 공식 출범하였다. 이는 장애인교원들만으로 결성된 세계 최초의 노동조합으로, 그 설립은 장애 교사들이 직면한 문제를 공식적인 교섭 창구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창립 당시 초대 위원장으로 이인호 교사가 선출되었고, 이후 김헌용 위원장이 2021년부터 연임하며 리더십을 이어왔다. 조합원들은 전국 각지의 특수교사와 일반학교 교사들로 구성되었으며, 2021년 전남을 시작으로 서울(2022년), 대전(2024년), 경기(2024년), 부산(2025년) 등에 지역 지부를 설립하여 조직 기반을 넓혀갔다. 2024년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약 4,584명의 장애인교원이 재직 중이며, 이는 전체 교원의 1.49% 수준이다. 이러한 풀 가운데 장교조 조합원은 206명으로 증가하여 (2025년 8월 기준) 규모 면에서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 교육부와의 단체협약 체결
장교조는 출범 직후부터 교육부를 상대로 한 단체교섭을 핵심 과제로 추진했다. 2020년 8월에 첫 본교섭을 시작한 이후 3년에 걸친 교섭 끝에 2023년 6월 2일 역사적인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협약은 총 49개 조, 62개 항으로 구성된 방대한 내용으로, 다양한 장애 유형의 교사들이 직접 마련한 요구안을 토대로 수차례 교섭을 거쳐 최종 조율된 결과물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장애인교원 단체협약으로 평가받는 이번 합의는 장교조와 교육부 모두에게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되는데, ① 장애인교원 양성 및 임용시험 제도 개선 (교원 의무고용제도 강화), ② 장애인교원의 전보·전직 및 병가·휴직 등 인사제도 개선, ③ 근무 여건 개선 (지원인력 배치, 보조공학기기 제공, 학교 환경의 배리어 프리 개선, 교무업무 시스템의 웹 접근성 보장, 디지털교과서 접근성 보장, 장애인교원에 대한 차별 금지 등), ④ 연수 기회 및 전문성 신장 지원, ⑤ 유관 기관과의 협력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단체협약은 장애인교원의 노동권과 교육권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토대가 되었다.
3. 조직의 지속가능성 확보 노력
장교조는 설립 초기의 열의를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운동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재정과 인력 기반 강화를 위해 2023년에는 창립 이래 첫 상근 사무실 마련을 위한 모금 캠페인 "장교조에 날개를 달아주세요"를 전개하여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였고, 이를 통해 사무 공간을 확보했다(하지만 사무공간 운영은 2023년 말 교육부의 보조금 예산 전액 삭감으로 2024년부터는 지속되지 않았다). 또한 조합원 확대를 위해 신규 교사 대상 홍보와 각종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비조합원 후원회원 제도를 도입하여 장애인 교육권 향상을 지지하는 외부 후원도 유도하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의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게 다루어, 2024년 말 고용노동부 고시로 교원 근무시간 면제제도(일명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된 후 각 시·도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노조 전임자들의 공식 활동 시간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예를 들어 2025년 초 전남, 서울 및 대전교육청에서 장교조 임원에게 각각 연간 200시간, 200시간, 320시간의 근무시간 면제를 부여하는 데 합의하였고,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장애인으로 구성된 교원노조 등 소수 조합의 면제시간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는 '교원 근무시간 면제 제도에 대한 교원 노동조합 간 합의서(노노간 합의서)'에 장교조 경기지부를 포함하여 11개 교원노조가 서명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은 모두 장교조가 일회적 움직임이 아닌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장교조는 앞으로도 조합원 확대, 재정 안정, 조합 내부의 포용성 강화 등을 과제로 삼고 조직 역량을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제2부: 장애인교원 고용 정책 변화에 대한 능동적 개입과 제도 개선 성과
1. 장애인교원 채용 및 인사제도 개선
장교조는 결성 이후 장애인교원의 고용과 근무환경에 관한 정책 개선에 적극 개입하여 여러 성과를 이끌어냈다. 장애인교원 채용 및 인사제도 개선 분야에서, 장교조는 교원 의무고용제도의 취지에 맞게 장애인교원의 채용 단계에서의 형평성을 높이고 이후 인사운영 과정에서의 차별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 제안을 지속해왔다. 2021년 장교조는 국회 토론회와 성명서를 통해 장애인교원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였고, 그 결과 같은 해 서동용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통과로 연수 참여 시 등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국가와 교육청의 의무가 규정되었다. 또한 교원의 전보·승진 등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불이익을 없애고, 장애인교원의 교육행정직(장학사 등) 진출 기회 확대를 위한 개선책을 단체협약에 반영하였다. 이러한 제도 개선 노력은 장애인교원이 고용 후에도 동등한 경력 발전 기회를 누리도록 기반을 조성한 것이다.
2. 근로지원인 제도 등 지원체계 개선
근로지원인 제도는 장애인 근로자에게 업무 보조 인력을 붙이는 국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학교 현장에서도 특히 중증 장애 교사에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아 배정 지연, 휴게시간 공백, 원격 지원 불가 등의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 장교조는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2021년 고용노동부·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3자 협의에 나서 현장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대안을 모색했으며, 2025년 8월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을 직접 면담하여 근로지원인 제도의 전면 개편을 공식 요구하였다. 이 자리에서 장교조는 휴게시간 중 공백 발생, 전문 인력 부족, 원격지원 금지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7대 개선과제를 제안하였고, 공단 측으로부터 전향적인 제도 개선 검토 약속을 이끌어냈다.
한편, 공단의 근로지원서비스와 별개로 교육부와 협력하여 학교 환경에 맞는 교원 지원인력 지원 사업 확대를 논의하고,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장애 교사 지원인력 인건비 지원과 근로지원인 본인부담금 지원 예산을 신규 편성하는 성과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인천광역시교육청은 2022년부터 청각장애 교사를 위한 실시간 속기(문자통역) 서비스 예산을 최초로 지원하기 시작하여, 1인당 연 50시간 한도로 운영하다가 2023년에는 최대 1인당 5백만 원까지 확대하였다. 이는 2023년 초 청각장애 교사들의 교육청 편의 미제공에 대한 집단 차별 진정의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들은 장교조가 중앙정부와 지방교육당국을 모두 설득하여 장애 교원이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체계를 확충한 결과이다.
3.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정책 제안
장교조는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도 장애인교원 정책 개선안을 적극 제시해왔다. 2022년 9월에는 강민정 국회의원실과 공동으로 "장애인교원 업무환경 개선 및 권리보장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여 장애인교원이 겪는 10대 고충, 청각장애 교사를 위한 소통지원 방안, 장애교원 지원전담기구 설치 필요성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었고, 그 후속 조치로 2023년 2월 국가기관 등에 장애인 공무원 지원전담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매년 지원 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2023년 6월에는 박대수 국회의원실 주최로 열린 "장애인교원 고용 확대,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장교조 정책실장이 토론자로 참여하여 장애인교원 채용 확대를 위한 제도적 과제를 제언하였다. 이 자리에서 장교조는 교원임용시험 장애인 전형의 개선, 교대·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의 장애학생 선발 확대, 장애인교원 대상 직무연수 보편화 등을 촉구하여 공감대를 형성했다. 2024년 11월에는 백승아 의원과 협력하여 교과용도서 대체자료(접근 가능한 교과서) 제작·보급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장애학생 및 교원의 학습권 보장을 추진하기도 했다.
한편,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장애인교원 지원 조례가 제정·시행되는 성과가 있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교육청에서는 2023년 4월 「장애인교원 편의지원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하여 장애 교원 지원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2025년에는 대전광역시의회에서도 장교조의 지속적인 요구에 힘입어 8년간 사문화되었던 장애인교원 지원 조례를 활성화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실질적 이행을 촉구하였다. 아울러 경기도교육청은 장교조 경기지부의 협의로 장애 교원 편의지원 전담 예산을 확보(1인당 연 500만원 한도)하고, 장기 미해결 과제였던 중증장애인교원의 비정기전보 절차를 연내 시행하기로 결정하는 등 현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장교조는 장애인교원이 채용부터 배치, 근무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정책을 견인하였다. 정책 당국도 장교조와의 협의를 통해 2023년 말 「장애인교원 인사관리 안내서」를 발간하여 각급 교육기관에 장애인교원 인사·지원 기준을 제시하는 등 제도화에 나섰다. 이 안내서는 장애인교원의 임용, 배치, 근무지원, 승진 등에 관한 표준 지침으로서 장교조가 제기해온 여러 개선 요구를 반영하였다.
제3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권리구제 사례와 차별 시정 활동
장애인교원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권리를 구제하는 일은 장교조 활동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대한민국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차별금지법, 2008년 시행)은 고용 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정당한 편의제공을 받지 못해 불이익을 겪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한 구제 절차를 보장한다. 장교조는 이러한 법적 수단을 적극 활용하여 장애인교원의 권익을 지켜낸 여러 사례를 만들어냈다.
1. 청각장애 교원 의사소통 지원 차별 시정
2024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14개 시도교육청에 대하여 청각장애인교원에게 수어통역 및 문자통역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정당한 편의의 미제공이라고 판단하고 시정 권고를 의결했다. 본 진정은 2022년 말 한 청각장애 교원이 학교 회의나 연수 시 수어통역이나 속기 지원이 제공되지 않아 업무상 불이익을 받은 것에 대한 개인 진정에서 시작하였으나 장교조가 구심점이 되어 2023년 초 단체 진정으로 전환되었고, 그해 4월 다시 국가인권위가 이를 직권조사로 전환하여 권고한 사례이다. 장교조는 이 과정에서 청각장애 교원 상담과 자료 제출을 도와 이 결과를 끌어냈다. 인권위는 교육당국에 이러한 편의 미제공 관행을 시정하고, 청각장애 교원을 위한 의사소통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 결정은 장애인교원의 근무환경에서 필요한 정당한 편의(reasonable accommodation)의 부재가 차별로 공식 확인된 의미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장교조는 이 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시도교육청에 관련 예산이 충분히 편성되도록 시도교육청 모니터링을 추진하고 있다.
2. K대학교 장애인교원 차별 사건
2023년에는 K대학교에 재직 중인 한 상지기능장애 교수(장교조 조합원)가 겪은 차별 사건이 국가인권위로부터 장애인 차별로 인정되었다. 이 교수는 장애 특성상 미세한 마우스 조작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이를 고려하지 않은 과목을 배정하려 했으며, "이런 인격 가지고 어떻게 학생상담을 하나" 등의 모욕적 언행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장교조는 2021년부터 해당 교원의 진정을 지원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2월 대학 측의 행위가 장애인교원에 대한 차별임을 인정하고 관련자 특별인권교육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 결정 이후에도 학교 측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법무부의 시정명령 절차가 지연되자, 장교조는 이를 공론화하며 압박을 가했다. 장교조는 법무부 면담을 추진하고 국회의원실과 공조하여 시정명령 이행을 촉구하는 등 현재까지 권리구제의 실효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이 사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구제 결정이 실제 현장에서 이행되기까지 추가적인 제도 개선과 감시가 필요함을 보여주며, 장교조는 이를 교훈 삼아 향후 차별 사건에 대해 인권위 진정, 행정명령, 법원 소송 등 다각도의 수단을 적극 활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3. 교육 현장의 미세 차별 해소 및 인식 개선 활동
장교조는 법적·제도적 투쟁을 넘어, 교육 현장에 만연한 구조적 편견과 일상화된 배제에 맞서고 있다. 이는 종종 '미세 차별(microaggression)'의 형태로 나타나며, 장애인교원의 전문성과 동료성을 침해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장애인의 교직 진입 단계에서부터 발생하는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장교조는 2021년 진주교대 입시 성적 조작 사건에 대해 수차례 성명을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해당 행위를 "조직적 범죄"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엄중 문책, 그리고 모든 교원양성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함으로써, 예비 장애인교원에 대한 차별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공론화했다. 또한, 재직 중인 교원을 잠재적 문제 집단으로 보는 시선에도 맞서 싸웠다. 2021년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한 '질환교원심의위원회' 규칙안에 대해, 질환을 가진 교원을 잠재적 문제 교원으로 간주하는 선입견에 기반한 인권 침해적 발상이라며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장애나 질병을 교원의 전문성과 결부시키는 사회적 편견에 제동을 거는 중요한 활동이었다.
개별 조합원이 학교 현장에서 겪는 고충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2022년 강원도에서 발생한 청각장애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해, 이를 단순 교권 침해가 아닌 장애인 차별 사건으로 규정하고 교육청의 재심의와 전수조사를 요구하며 문제의 본질을 환기시켰다. 한편,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긍정적 모델을 제시하는 활동도 병행했다. 중증 시각장애인 교사가 공립학교 교감으로, 또 다른 시각장애인 교사가 특수학교 교장으로 임용되었을 때 환영 논평을 발표하여, 이들의 성과를 조명하고 장애인교원도 탁월한 관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렸다. 이처럼 장교조는 교직의 진입부터 재직, 승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개별적 차별에 맞서고, 성공적인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홍보함으로써 교육계 전반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장애인교원이 온전한 동료이자 교육의 주체로 존중받는 포용적인 학교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제4부: UN CRPD 제27조 맥락에서 장교조 활동의 실천적 해석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27조는 장애인의 근로 및 고용 권리에 대해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당사국이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수락하는 노동을 통하여 생계를 영위할 기회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접근 가능한(open, inclusive and accessible) 노동시장과 근로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또한 제27조 1항 a호에 따라 장애를 이유로 한 모든 형태의 고용상 차별을 금지하고, 1항 i호에 명시된 정당한 편의제공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장애인의 노동권 실현을 촉진할 의무를 진다. 나아가 1항 c호는 장애인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해야 함을 천명하며, 국가는 1항 g호와 h호에 따라 공공·민간 분야에서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장교조의 활동과 그 성과는 이러한 CRPD 제27조의 핵심 사항들을 국내에서 실천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1. 포용적 노동시장의 구현
협약이 지향하는 포용적 노동시장은 장애인이 주류 고용시장에 통합되는 것을 의미하며, 한국 교육 현장에서 이는 일반 학교에 장애인 교원이 자연스럽게 채용·배치되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장교조는 교원 임용에서부터 현장 배치에 이르는 과정 전반에서 "한 명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서 언급한 교원 임용시험 장애인 전형 개선 요구나 교대 입시 특별전형 확대 주장은 장애인 교원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 교육계로의 진입 기회를 넓힌 것이다. 그 결과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장애인 교원 수는 2024년 기준 4,584명에 달하며, 각 학교에서 장애인 교원이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게끔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교원의 1.5% 미만이라는 낮은 비율은 더 많은 장애인의 교직 진출을 도모해야 함을 시사한다. 장교조가 주장하는 교원양성기관 단계의 개선, 채용목표제 강화, 장애인 교원 채용 확대 정책 등은 CRPD 제27조 1항 e호의 고용 기회 및 경력 향상 증진 의무와 궤를 같이 한다. 특히 공공부문인 교육청과 학교가 모범적 고용주로서 장애인 교원을 적극 임용하도록 촉구한 것은 1항 g호가 요구하는 국가의 선도적 역할에 부합한다. 이러한 노력은 장애인에게 개방적인 교원 노동시장을 구현함으로써, 장애 학생들에게도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장애인 교사를 학교에 확산시키는 부수 효과도 가지고 있다.
2. 정당한 편의제공과 작업환경 개선
CRPD 제27조는 장애인이 1항 b호에 따라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강조하며, 이를 위해 1항 i호에서 정당한 편의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을 국가와 고용주가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장교조가 주도한 여러 정책 개선은 이러한 국제기준을 국내에 구현한 사례들이다. 대표적으로 2021년 「교육공무원법」 개정으로 장애인 교원 연수 시 편의제공 의무가 법제화된 것은 정당한 편의제공을 국가의 책무로 명확히 한 조치였다. 이로써 교육당국은 장애인 교사가 직무연수나 회의에 참여할 때 수어통역, 속기, 보조공학기기 등 필요한 지원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이는 협약이 말하는 정당한 편의제공의 이행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단체협약을 통해 확보한 지원인력 배치, 보조공학기기 제공, 무장애 환경 조성, 업무 시스템·교과서의 웹 접근성 보장 등의 조항들은 모두 장애인이 동등한 근무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조치는 장애인 교원이 일상적으로 겪던 비장애인 중심의 업무환경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협약상 권리를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근로지원인 제도 개선 요구나 시·도교육청별 편의지원 조례 제정, 예산 확보 활동은 공교육 현장에서 개별 장애 교원의 필요에 맞춘 지원 체계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CRPD가 지향하는 개별적 지원과 보편적 접근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한국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장교조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성명 발표를 통해 학교 내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과 안전 대책 등이 추진된 것도 1항 b호의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조건을 요구한 협약 취지에 부합한다. 예를 들어 학교 건물에 경사로 설치, 엘리베이터 점자 표기, 비상벨에 시각신호 추가 등은 모두 작지만 모두를 위한 변화이며, 장교조는 "계단 대신 경사로를 만들고...작은 변화가 모두를 위한 변화"라는 신념으로 이러한 개선을 독려해왔다.
3. 장애인의 노동조합권 보장
CRPD는 제27조 1항 c호를 통해 장애인이 다른 근로자와 동등하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가입하여 활동할 권리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장교조의 탄생 자체가 바로 이러한 노동조합권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교원 노조들이 주류 교원의 관심사에 집중하는 동안, 장애인 교원들은 자신들의 특수한 문제를 대변하기 위해 스스로 노조를 조직하였다. 이는 협약이 강조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자율적 결사에 의한 권리 옹호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한국 정부도 교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20년 「교원노조법」 개정으로 대학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였고, 이후 2022년 법 개정과 2024년 후속 고시를 통해 교원노조 전임자 근무시간 면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법적 환경을 정비하였다. 장교조는 이러한 법적 기반을 활용하여 노조 기반을 넓히고 시간면제 인원을 확보함으로써 장애인 교원의 노조 활동 보장을 현실화했다. 특히 장애인 교원 노동조합이 교육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국제적으로도 선구적 사례로서, 장애인의 노조할 권리가 실질적으로 구현된 의미를 가진다. 이 협약은 장애 교사들의 노동 조건을 단체 교섭을 통해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CRPD 제27조에서 말하는 "장애인의 노동권 보호 및 증진"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가치가 있다.
4. 고용 증진과 사회적 인식 변화
협약 제27조는 장애인 고용 증진과 직업 유지에 필요한 지원, 그리고 고용환경 전반의 변화까지 포괄한다. 장교조가 추진한 정책 중에는 교육부 내 장애인교원 전담 부서 및 지원센터 설치 요구, 장애인 교원 대상 전국 단위 지원센터 구축 제안 등이 있었다. 이는 1항 e호와 k호에 명시된 고용 유지 및 복귀 지원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행하라는 요구로, 협약이 국가에 부여한 적극적 의무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장교조는 언론 인터뷰, 칼럼 기고, 국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장애인 교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장애인 교사가 교직사회와 학부모, 학생들로부터 동등한 교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차별적 언행을 고발하고 성공 사례를 확산하는 등 여론을 변화시키는 노력도 병행하였다. 이는 장애인의 고용 환경을 개선하려면 문화와 인식의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CRPD 위원회의 지적과도 맥을 같이한다. 장교조는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등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차별을 드러내고 인식을 바꾸며, 학교 전반에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를 확산시키고자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선언대로 장교조의 활동은 단순히 개별 교원의 근로조건 향상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포용적 교육환경 조성으로 이어져 장애인권리협약의 이상을 현장에서 구현하고 있다.
결론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장교조)의 설립과 활동은 대한민국 장애인교원 정책에 있어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였다. 장교조는 장애인교원들이 스스로 조직한 노동조합으로서, 그 출범 자체가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 옹호 의지를 상징한다. 지난 몇 년간 장교조는 교육부와의 세계 최초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 장애인교원의 권익을 종합적으로 제도화하였고, 법·제도 개선과 현장 지원 확충을 이끌어내며 장애인교원이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차별 사건에 대한 권리구제 활동을 통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교육계 전반에 포용과 평등의 문화를 퍼뜨리는 데 기여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7조의 취지를 한국 교육현장에 구현한 사례로서 국제 사회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실제로 2025년 발표된 국제 학술 연구에서도 장교조가 한국 교육 부문에서 장애인 권리와 사회적 정의를 증진하는 데 기여한 의의를 높이 평가하면서, 향후 장교조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장애인교원 정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장애인교원의 수 자체가 전체 교원에 비해 매우 적은 현실, 학교 현장에서 장애인교원이 완전한 평등을 누리기까지 넘어야 할 인식의 장벽 등은 지속적인 노력의 영역이다. 장교조 역시 향후 과제로 단체협약 사항의 전국적인 이행, 장애인교원 고충처리 체계 구축, 고립된 장애 교사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 조합원 및 후원인 확대, 조합 내 다양한 장애 간의 포용성 증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모두 장애인교원의 안정적 근무와 권익 신장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들이다. 한국 정부와 교육계, 시민사회는 장교조와 협력하여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장애인권리협약이 지향하는 포용적이고 공정한 노동환경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교원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지원은 결국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교육하고 교육받는 사회를 만드는 토대이며, 이는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와 인권 보장의 실현과도 궤를 같이한다. 앞으로도 장교조의 경험과 성과가 국내외적으로 공유되고, 장애인 노동권 신장을 위한 글로벌 연대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 교육부,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2023). 「교육부와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간 2020 단체협약」. 2023년 6월 2일 체결.
- 교육부 (2023). 「장애인교원 인사관리 안내서」.
- 국가인권위원회 (2024). 「청각장애인 교원에 대한 의사소통 편의 미제공 등 차별행위 시정 권고」 결정문. (결정일: 2024.2.23.)
- 국가인권위원회 (2023). 「K대학교의 장애인 교원에 대한 차별행위 시정 권고」 결정문. (결정일: 2023.2.)
- Hwang, S., & Kim, H. (2025). We were hired but not employed: the formation and challenges of the Korea Hamkke Labour Union of Disabled Teachers. Disability & 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