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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하 ‘장교조’)의 모든 구성원은 지난 2월 10일 대전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살인 사건에 대하여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부모의 품을 떠나 이제 갓 새로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어린 학생이 범행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우리 장애인교원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을 느낍니다. 하늘이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유가족께서 겪고 계실 상실과 분노,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에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합니다.
이번 사건은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8세 아이에게 가해진 잔혹한 폭력으로 어떠한 명분도 성립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입니다. 장교조는 가해 교사에 대하여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무거운 처벌이 이루어지기를 강력히 촉구하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교육당국과 관계 기관이 긴밀히 협조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이처럼 무고한 희생이 벌어진 상황에서, 사건을 직접 접하거나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했던 학교 관리자와 동료 교사, 교육청 직원들 또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들은 결코 ‘방관자’나 ‘책임 회피자’가 아니며, 또 다른 차원의 피해자로서 트라우마와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충분한 심리 지원과 보호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던 학생들, 그리고 지역사회 구성원도 불안과 상실을 느낄 수 있음을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합니다.
한편, 사건 발생 직후부터 교육부와 정치권에서 제도 개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하여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1주일 남짓 지난 시점에서 지나치게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은 다소 시기상조이며 현재의 깊은 상처를 더욱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번 사건과 같이 극도로 예외적인 범죄를 근거로 자칫 학교 현장 전반에 대한 과도한 규제나 편견이 퍼진다면 애초의 문제 해결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갈등과 불신만 키울 수 있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충분한 애도와 숙고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장교조는 교육부가 성급한 제도 개편보다는 먼저 교육공동체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상처를 돌볼 수 있는 애도 기간을 마련해 주길 진심으로 요청합니다.
아울러, 가해 교사가 우울증 이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정신질환이나 더 나아가 정신장애를 가진 교원을 잠재적인 위험 인물처럼 단정 지으려는 시각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정신장애를 가진 교원도 소수이지만 존재하며,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부당한 낙인이 더욱 강화될 수 있습니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질환교원 심의위원회의 강화 방안 또한 자칫 지나친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세심하게 접근하여야 합니다.
물론 이는 심각한 질환이 있는 교원을 아무런 지원이나 대책 없이 방치하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인권 침해를 피하면서도 체계적 지원과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대다수의 교사는 장애 유무, 질병 유무를 막론하고 학생의 안전과 배움을 위해 헌신합니다. 이번 사건을 이유로, 장애인교원이나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원 전반에 대한 불신이나 혐오가 확산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장교조는 이번 사건으로 무너진 마음들을 조금이라도 치유하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공동체와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아이들의 생명과 존엄성은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충격과 분노를 넘어, 희생된 아이와 유가족의 슬픔에 깊이 공감하고, 상처받은 모든 이들이 서로 위로하며 회복을 도모해야 할 때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교육계가 함께 손을 맞잡고 아동 인권과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교원노동조합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2025년 2월 18일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